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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골프 – 어느 리트머스의 하루

골프치러 간다 했더니 후배가 이런 시국에 왠 골프냐고 한다.
그래서 촛불 집회와 골프는 나의 삶에서는 전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촛불집회 갔다 오면서 골프 스케줄 짜는 게 가장 솔직한 지금 나의 삶이다라 했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칠 수 없는,
아니 솔직히 밥벌이를 포함해 기존의 일상에 아~주 많이 치우쳐 있어야 하는 지금 내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름 < 죄와 벌>의 한 장면까지 떠올리며 굉장히 비장한 마음으로 단단히 각오하고 나갔는데,
정작 계속 거기 계셨던 분들은 여유있으시더라.
즐겁게 하시더라.
초짜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백기를 펄럭이며 즐겁게 놀다가 지하철 타고 집에 왔다.
십 몇 년만에 운동가요 복습도 하고. 가사가 왔다리 갔다리…결국 2절에서는 대부분 립싱크 흐흐흐.

이상하게 뉴스만 볼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실제적 물리적 통증)
집에 올 때는 싹 씻은 듯이 나아있어서 신기했다.
뉴스만 볼때는 속이 터지고 천불이 나는 듯 괴로웠는데,
별 한 일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저 나가서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put it down…조금은 가벼워졌다.

촛불집회 오며 가며 친구들과 골프 이야기를 했다.
이상하지 않더라.

그것도 선택이고, 이것도 선택이니
한 번 뿐인 나의 삶 충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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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나가계신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이다.
조금이나마, 벽창호에 손가락만한 구멍을 뚫었다면
개뿔이나 각성했다 하고, 미국에 어필하고, 부시가 인정하고, 대운하가 취소될 수도 있고 기타 등등 (이하 너무 길어져서 생략)
그들이 거기에 나가있지 않았었다면
소귀에 경읽기만큼 무모했으나,
그래서 이만큼 화났다는 사실을 그토록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면
이마만큼의 변화조차 있었겠는가.

울지 않았다면 이 맛없는 떡이나마 쥐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일용할 떡을 주신, 아니 줄 수 있도록 이 꽉 박힌 벽앞에서 함께 울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 역시 전적으로 투신하진 못하지만
그 울음 소리에 단 0.0000 …마이크로 데시벨이나마 기여하길 바라고.

최종 목표를 염두에 두면 이야기는 복잡해지지만
열튼 나처럼 정치맹 무개념 귀차니스트 개인주의자도 움직여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거.
이게 무슨 뜻일까?
나 갑자기, 리트머스가 된 기분이다.
리트머스의 커밍아웃?? 에혀~ 그렇게나마라도 소용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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