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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YL 사내 세미나 : 웹에서의 비주얼과 사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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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에이전시 바이널 (VINYL) 사내 강의

  • 커뮤니티에서의 새로운 변화 -3C와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획 방법론


2001년 KFT에서 리뉴얼한 Na 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옆자리 동료에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아,,,이걸 어떻게 봐야하지?” 비주얼의 독창성엔 놀랐고, 사용성 따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듯한 그 발상엔 기가 막혔다.

실사에 가깝게 재현한 Na Street,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로 스크롤, 인서울 매거진이나 페이퍼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티스트 정신 충만한 키치적 분위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말 기립박수를 쳐 줄 만큼 참신했고, 저런 관점에서 보면 브라우저의 X표를 10번 눌러줘도 모자랄 정도의 꽝이었다. 웹사이트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그 이후로 이렇게 두 관점의 극과 극이 공존했던 실험적 비즈니스 사이트라면….FID에서 작업했던 네이트 1차 버전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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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 2001.07

비주얼의 완성도와 사용성에 대한 개무시(^^)가 절묘하게 결합된 이 사이트를 봤을 때 내가 궁금했던 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을까가 아니라 이런 걸 어떻게 클라이언트에게 설득했을까였다. 신의 경지 이르는 말빨이나 PT力이 아닌 이상에야,,,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새로워서 말이다. 깐깐하기론 동급 최강인 이통사의 웹담당자들을 설득하기란, 율리시즈가 아내를 찾아가는 험하디 험한 구만리 길에 필적하지 않는가.

오늘 바이널에서 사내 강의를 하며 그 의문을 풀었다. 바로 이 작업을 직접 맡으셨던 정재경 이사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75년 생의 젊은 이사는 바이널의 창립 멤버이며 이 문제적 작업을 작업한 장본인. (사진을 못 찍어와서 안타깝다…다음 기회에-)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정이사님은 하하하 웃으며 그건 웹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던 디자이너와 웹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던 클라이언트의 합작품이었다고 고백하셨다. 심지어 오픈하고 나서 1년 동안 아무 것도 업데이트 할 수가 없는 사이트였다는 너무(^^;) 솔직한 사실까지도 밝혀주셨다.

하지만 그 때의 경험이 거름이 되어, 오늘의 바이널이 생존하고 있는 것 아닐까. 디자이너의 진정성으로 ‘무조건 새롭게’라는 양 쪽의 의기투합을 구현한 작품이었기에 클라이언트는 그 컨셉에 OK 사인을 냈을 거고, 실패건 성공이건 그런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작업자의 공감대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 그 관계가 5년 이상,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리라.

지금도 바이널은 여전히 가장 독특하고 과감한 비주얼을 창조해 내는 에이전시 중 하나다. 특히, Na는 바이널의 색깔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라고 한다. 현재 Na의 상단 네비게이션 바만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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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현재 Na의 네비게이션 바

네비게이션 만으로 시스템 리소스를 상당 부분 잡아먹어버리는 과감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재미난 발상이냔 말이다. 아, 물론 내가 담당자였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만. 아마 담당 디자이너와 머리 터지게 싸웠을 것 같다. 그 싸움에서 내가 가진 힘은 내가 얼마나 나의 철학과 고민에 충실하느냐, 얼마만큼 그 철학과 고민을 타당한 근거와 합리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내느냐 일텐데.

예를 들면, 저 위의 2001년 버전 Na Street에 쓰인 사진 소스를 확보하는 데만에도 한 달이 넘게 걸렸단다. 정이사님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압구정 거리에 나가 찍어온 사진들이라는 것…이런 게 참 기획자로선 감당키 힘든 아티스트의 진정성이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작업을 어떻게 즉발적인 기획이나 UI의 논리로 이건 맞고 틀리다고 판단해 버리느냐 말이지. 유저 관점, 유저 관점을 말하지만 정말로 기획자들이 유저를 알고 있는가. 그런 기획의 진정성으로 몇 달씩 유저를 붙잡고 유저의 마인드를 읽으려 노력하느냔 말이다.

당근, 디자이너가 10일을 준비했건 100일을 준비했건 아닌 것엔 아니라고 단칼로 짤라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본분이지만, 그런 준비나 내공 없이 어떻게 웹이 아트가 아니라는 단순 논리로, 저런 치밀하고 성실한 작업의 무의미함을 설득시키겠느냐고.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한 두 사람의 개인기에 의한 설득이나 논리가 아닌 것 같다. 같은 토대 위에서, 비슷한 철학에 근거해 함께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유진이 같은 사람을 불러서 세미나도 열고 그러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늘 에이전시의 작업에 대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에이전시 작업물들이 보여주는 비주얼의 완성도에서 느낄 수 있는 유쾌함. 하지만, 꼼꼼히 뜯어봤을 때 드러나는 전략적 시각의 부재나 유저빌리티의 상식을 무시해 버리는 비주얼의 압박은 종종 나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웹이란 것은 그런 방향의 고민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짠~하고 합체 로봇으로 만났을 때만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종합 매체다.

한편, 사용성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다. 제이콥 닐슨 박사님식의 사용성 지상주의(?!)도 주장해야 할 때가 있고, 유저 인터페이스 기획이라는 영역의 고유한 가치도 있지만, 늘 주장하는 바 비주얼 그 자체 또한 사용성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가. 예쁜 것이 사용성도 더 좋다. 그래서 나는 기획자나 유저 인터페이스 전문가가 아닌 디자이너의 고유한 영역에서의 구현되는 사용성 개선의 가치를 존중한다. 그것은 ‘매력’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과 맞닿아 있는 사용성을 창출해 내는 것이고, 그들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므로.

하지만 그 동네의 선수들이 해야 할 고민들과 내 고민은 다르지 않다. 오늘, 나는 바이널에서 내가 관찰해 온 컨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관점에서의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문가의 강연이라기 보다는, 같은 시장이라도 다른 각도에서 봐야하는 동종 업자의 다른 관점의 고민을 펼쳐 보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그만큼 이들이 매달리고 있는 브랜드와 비주얼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는 낯설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내 머리 속에 그려진 바이널은 몇몇 소수의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이 모인 정예의 크리에이티브 집단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바이널은 청담동의 중심가의 빌딩 2,3층을 함께 쓰는 80명이 넘는 종합 디자인 에이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화이팅하시길 바란다. 말씀하신 대로, 그간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이미 막강한 비주얼에 사용성/기획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수 있는 성숙한 업계의 중견으로 자리하시기를. 그 변화의 과정에 유진이의 짧은 경험담이 도움이 되셨길 바란다.

12 comments on “VINYL 사내 세미나 : 웹에서의 비주얼과 사용성”

  1. 진정성.
    가끔은 작업에 있어서 그것의 가치에 의문을 갖게 되지만,
    가끔은 그것이 작업의 전부라고 믿어버리게 될 때도 있는 것. 지키는 것이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끝까지 잃지 말아야지 새삼 되뇌이게 되는 것.

  2. 오.. 좋은 구경 했네요.. =)

    이 곳에서 Na를 만든 것이군요.. =)

    에…………………. 대략 그때는 초난감했지만 -_-a

    지금에 다시 보니 새롭네요 ;

  3. 방명록도 … 게시판도 글 남기기가 안되고..ㅜㅜ

    언니 잘 지내지? 여기저기 글을 실컷 써놓고 보니 등록이 안되는 사태가… 나중에 메일로 재미있는 소식 잔뜩 써서 보내줄께. 벌써부터 할 말이 무척 많아…흐흐

    건강하지? 그럼 다음에 봐

    – 호주에서 짱양이…

  4. 좋은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막 웹기획에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로서는
    이런 글들이 맛난 밥처럼 느껴집니다^^
    바이널의 디자인과 발상에는
    정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네요.
    분야에 들어오게 된 것이 엄청 즐겁고 신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5. 전… 저 문제작인 Na의 UI에 반했더랬지요 T^T
    내부에서 바이널의 PT를 받게 되었을 때, 그래서 무조건 바이널에 몰표를 던졌더랬죠… ^^

  6. 히히히.. 유저빌러티.. 유저 인터페이스.. 라는 건 늘 시어머니 잔소리.. 실제로 유저빌러티 이론을 무시하고 만들어지는 사이트는 대부분 손꼽는 대기업 사이트들입니다. 안그렇던가요.. 매체란 것도 자본의 논리에 종속적이죠.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 라는 것이 브랜드의 이미지에 철저하게 종속되는 것처럼 말이죠.. 쿠쿠.. 대역폭과 프로세싱 능력이 향상되는 몇년 뒤에는 더이상 쥐어짜내는 디자인은 무의미 해집니다. 호리즌 스크롤.. 대략 6년전쯤 유행하던 디자인.. 바이널에서 특이한건 오로지 휴가정책 밖에 없죠.. 아.. 무식한 기획자들이라니…

  7. Pingback: arcBrain
  8. Pingback: 만치 블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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