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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메멘토 : 메멘토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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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 2004.1.17 10:00 pm
4번째 본다. 가이 피어스는 아주아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왜 메멘토에 그토록 끌렸던 것일까?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어느 심심하고 괴롭던 날 아무 기대없이 시간 떼우기용으로 빌려왔다가 앉은 자리에서 꼬박 밤을 지새우며 연속 2번을 더 돌려봤던 그 때부터. 영화가 내게 던진 질문은 그토록 강렬했다. 인간의 한계……..그 한계를 부숴보려는 한 눈 먼 인간의 집요하지만 헛된 발버둥…그 행위의 위험성…그 행위의 불가해한 가치…..

처음엔 ‘기억상실’이라는 모티브 때문이었다. 기억을 잃은 세미와 레너드는 알 것 같은 사람에겐 텅 빈 블랭크의 상태에서도 미소를 던진다. 전우주적 어둠 속에서 애쓰는 존재의 무의미한 손짓. 그 미소가 가린 것은 두려움이며 어떤 따스한 손도 건져낼 수 없는 지독한 고립이다. 망각은 주변으로부터 또 스스로의 생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다. 끝도 시작도 없는 시간의 블랙홀 속에 홀로 던져진 존재. 기억에 대한 콤플렉스에, 존재의 한계에 집착하는 이는 결국 거기에 닿을 수 밖에 없다.

존재의 영속성…….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 앞에도 삶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내가 죽은 후에도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지 모른다고. 윤회 뭐 그런 이야기. 그건 내게 참 이상한 이야기였다. 내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무엇이 될까가 궁금해지기보다는 이 전의 내가, 이 후의 내가 과연 나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결론은 그건 내가 아니라는 거였다. 이 이전의 삶이 지금 나의 삶 속에 망각되었듯 앞으로의 삶도, 그런 것이 있다해도 지금 유진이란 사람으로 살아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이렇게 살아온 나는, 이런 기억을 가진 나는, 결국 나는 이 생 이후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건 나라도 내가 아닐테며,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어떤 끈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나로선 결국엔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라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어. 그 사실은 극복할 수 없는 거라구…아무리 이렇게 뭔가를 끄적이고 남기고 돌이키며…영속하려 애써봤자.

나의 생은 여기에서 끝난다. 영혼이 있다해도 후세가 있다 해도 여기서 끝이다. 이.것.밖.엔.없.다. 레너드가 내게 준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기억을 왜곡시키면서까지도 그 한계를 벗어나보려 한 레너드의 집요함이야 말로 인간이 인생에서 자신의 한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의미있는 인간적인 행위가 아닐까. 집중 집중 집중…펜을 찾아 메모를 해 침착해라 블라디미르 넌 아직 모든 것을 해 본게 아냐…

존재의 한계로 심장이 죄어오는 신경쇠약직전의 존재들이여 ……어떻게 이 생을 뛰어넘을래. 그냥 그렇게 있을래. 갖가지 종류의 마약을 섭취하며 그렇게 무심하게 받아들일래. 그걸 현명함이라고 부를래?

내가 좋아하는 장면

기껏 창녀를 불러다가 시킨다는 일이 와이프의 물건을 흩뜨려 놓아 달라는 것. 그는 최소한 자신의 this condition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은 모순이지만), 자신의 condition을 역이용해 찰나의 행복감을 붙잡아 보려 한다. 그의 와이프가 살아있을 때의 그 따스한 느낌을….헛된 발버둥. 하지만 착각마저 가공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함은, 그녀의 느낌을 다시 찾고 싶다는 그 마음은………

그리고 레너드는 그녀의 책, 그녀의 속옷, 그녀의 빗을 태운다. 스쳐가듯 끼어드는 기억의 플래쉬. 수증기 송골송골 맺힌 투명 비닐 속에서 후욱-하고 숨을 밷어내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 나 역시 태운 적이 있어. 하지만, 오해하지마. 레너드처럼 나또한 무언가가 부끄럽거나 쪽팔려서가 아니었어. 끝내고 싶었던 거야. 잔혹한 기억의 도돌이표 속에서 고통받는 그녀를 영원의 저 너머로 보내고 싶었던 거야. 너도 그런 적이 있니?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면 그러지 마. 웃기잖아.

그리고 나탈리, 캐리앤모스와 함께 밤을 보내는 그의 독백.

I don’t even know how long she’s been gone. It’s like I’ve woken up in bed and she’s not here because she’s gone to the bathroom or something. But somehow I just know that she’ll never come back to bed. I lie here, not knowing how long I’ve been alone. If I could just reach out and touch her side of the bed I could know that it was cold, but I can’t. I have no idea when she left.

나는 그녀가 얼마나 오래 전에 떠났는 지 조차 모른다. 그건 마치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녀가 화장실 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내 옆에 없는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어떻게 난 또 그녀가 다시는 이 침대로 되돌아오지 않을 거란걸 알게 돼. 나는 여기 누워있지. 내가 얼마나 여기에 혼자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로. 내가 손을 뻗어 그녀가 있던 자리에 손을 댈 수 있다면 그 차가움을 느낄 수 있을거야. 하지만 난 할 수 없다. 난 그녀가 언제 떠났는지 알 수 없어.

I know I can’t have her back, but I want to be able to let her go. I don’t want to wake up every morning thinking she’s still here then realizing that she’s not.I want time to pass, but it won’t. How can I heal if I can’t feel time?

난 그녀가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그녀를 보낼 수 있길 바래. 나는 매일 아침 그녀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느끼고 그 다음 그녀가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일어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나는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래. 하지만 시간은 흐르지 않아. 내가 시간을 느낄 수 없다면 이런 나를 누가 치유해 줄 수 있지?

누가 이런 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아무리봐도 레너드는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를 닮았다. 이름부터가 그렇지만, 데커드 역시 4년이란 시간의 감옥 속에 갇힌 레플리컨트. 막판에 그걸 깨닫고 도망치지만 그의 결말은 영화에 나오지 않아도 예견할 수 있다. 뛰어넘을 수 없다. 뛰어넘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 바비인형처럼 아름답고 이제 곧 부서져버릴 숀 영의 손을 잡고 뛰쳐나간다.

레너드는 위대한 인간인가 어리석은 인간인가. 진실마저 왜곡하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하는 그의 행위는 타당한가. 모랄이 재단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인간의 강함, 약한 존재의 위대한 행위가 펼쳐진다. 난 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으로 레너드를 지켜본다. 그는 진다. 우리는 모두 진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아? 그의 몸에 새겨진 괴상한 문신들이야말로 인간의..인간이 남길 수 있는 진저리날 정도로 숙명적인 생의 기록이다.

10분과 60년의 차이일 뿐, 영원의 기억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이 생이 끝나면 우리는 레너드처럼, 모두 잊는다.

이 영화는 내가 생에 대해 가지는 근본적인 두려움, 망각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에게 죽음이란 망각이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하지만 죽음은 그 죽음에 대한 기억마저 삼켜버린다. 좋은 영화다. 잊을 수 없는 영화다.

3 comments on “메멘토 메멘토 : 메멘토를 기억하라”

  1. 바로 어제 유선 방송에서 메멘토를 하더군요…
    전 그게 5번째 였다는…
    첨 메멘토를 보고 꽤 충격이었다는…

  2. 그날 OCN에서 메멘토를 해 준다고…
    메일 전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TV앞에 앉았죠.
    피곤해서 집에 있고 싶어,,라고 했지만
    사실은 메멘토 때문이었어요.

    :-)

  3. 저도 메멘토 보구 엄청 좋아하게 되었어요 ,
    머랄까 , 설명 할 수는 없었지만 ,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ㅎㅎㅎㅎ
    저는 기억을 진짜 잘 못하거든요 ,
    이 영화를 보고 또 보고싶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더라고요 ,
    그래서 조만간에 빌려서 보려고요 ,ㅎㅎ
    이글 보구 다시 생생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

    ocn너무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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