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밀밀(甛密密)을 다시 봤다. 여전한 감동..
혹자는 이 영활 홍콩과 중국의 근대사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질곡의 역사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첨밀밀은 순도 100프로의 멜로물이다.
아니, 두번째 봤던 이번이 더더욱 그랬다.
멜로리스한 삶을 사는 내게 이 멜로야 말로 특별한 발견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고, 유행가 가사 같은 데서 들으면 심지어 짜증나거나 경기를 일으키기도 하는
그것이 애초엔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였다는 걸…
사랑.
# Scene 1 : 파티장에서 먹는 장면
표오빠와 함께 사는 이교와 결혼한 여소군이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앞접시에 든 음식을 먹으며 엄한 얘기들 하는 장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어디로도 향할 수 없는 마음을 애써 감추어야 하고.
소세지가 끼워진 꼬치를 우걱우걱 집어삼키는 이교의 모습에서 가눌 길 없는 안타까움이 뚝뚝 흘러내린다.
편집 내지는 각본에선 짤렸겠지만, 다음 순간 분명히 그녀는 체했을 것이고.
이 영화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이 그토록 많은데
영화를 다시 본다고 했을 때, 내 머리 속에 떠올랐던 첫 번째 장면.
난 왜 이 장면이 가장, 그토록 다시 보고 싶었을까?
혹시 나도 언젠가 이래 본 적이 있었던 것일까? 설마…
# Scene 2 : “우린 실패했어”
돌아서서 가는 여소군의 뒷모습을 차안에서 바라보다 핸들 앞에서 푹 고꾸라지는 이교.
빵- 하고 울리는 클랙숀 소리에 여소군은 문득 꿈에서 깬 듯, 뒤돌아서 이교에게 다가오고…
긴 시간 참아왔던 키스에서 늘 함께 했던 327까지..
그리고 고백한다. “우린 실패했어”
“으아아…저런 실패 좀 한 번 해봤으면!!”
정말이지 저런 멋들어진 실패의 모멘트를 내 인생에 가질 수 있다면.
그런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저 한순간을 위해 그 많은 안타까움을 견뎌야 한단 말야?
옷. 그건 좀 곤란한데요. (뺀질뺀질)
그러면 끝까지 뺀질거리기라도 하든가….
# Scene 3 : 표오빠와 배타고 떠나는 장면
영화를 같이 보던 룰루 언냐의 단발적인 외침이 가슴에 와서 팍 꽂힌다.
“우린 표오빠를 만나야 해!!”
아..절대 공감.
바로 그 다음 장면, 자신의 부인을 떠나는 여소군 동지의 편지는
더더욱 표오빠의 태도와 비교되며 우리를 가증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요지는 “잘 살기 바래. 그런데 내가 해 줄 건 없어. 나도 힘들어”
에라 이 자식아.
차라리 딴 여자가 좋아서, 널 사랑하지 않아서 떠난다고 스트레이트하게 얘기할 것이지.
말이야 여소군 같은 남자는 백날 만나봤자 아무런 영양가 없어.
표오빤 거리엔 여자가 널렸다고 빨리 나를 떠나라고 하지 않는가.
오..표오빠. 어찌 오빠를 떠날 수 있겠어요.
우린 표오빨 만나야 해.
# Scene 4 : 미키마우스
등을 돌려주세요.
그녀를 웃게 해 주기 위해 새겼던 미키마우스.
그녀는 웃고…어느새 그 웃음은 흐느낌으로 바뀌어, 아름다운 장만옥의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장만옥의 얼굴이 주는 느낌은 정말 특별하다.
한 때를 풍미했던 다른 매력의 수많은 홍콩 여배우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서바이벌한 것은 오직 장만옥 뿐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장만옥의 표정은 보여준다.
#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IMDB의 첨밀밀 영문 제목
여소군 동지. 당신은 내 사랑만은 아니었어요. 그 험난한 세월을 함께 한 동지였어요.
우수한과 사우리, 멀더와 스컬리, 히치콕과 앨머, 여소군과 이교..
지난 주말엔 정말 오래 간만에 클래식 공연이라는 것을 누렸다.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9번. 부천 필은 99년부터 장장 5년에 걸쳐 말러 전곡을 연주해 ‘말러 신드롬’을 이끌었고, 지휘자 임헌정 씨는 클래식 매니아 사이에서는 일약 ‘아이돌’로 떠올랐다…고 한다. 특히나 지난 번 8번 천인 교향곡은 합창과 어울어져 대략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던 듯 하다. (같이 본 이들이 해 준 얘기 종합)
두 개의 아주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나랑은 전혀 안 맞는 영화와
철없던 시절 (=2달 전) 유진이는 블로그에 대해 ‘rss를 지원하지 않으면 반쪽 블로그다’ 뭐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친 적이 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얘기를 했을 때 유진이는 이게 유진이만의 아주 오리지널하고 독창적인 주장인 줄로만 알고 얼마나 착각의 늪을 헤매었는지. 지난 번 글에서 MSNBC의 뉴스 헤드라인에 rss를 지원하자는 부분을 써 놓고서는 어땠는 줄 아세요? ‘와..어떻게 순간적으로 이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나 정말 훌륭해 아아아’ 감탄에 감탄…(아무래도 너무 솔직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