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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차

작년 1월 2일, 이렇게 살단 어떻게 되겠다 싶어
해독제처럼 찾아마신 이름 모를 보이차.

새우깡 + 각종 과자 야식 폭탄으로 얼굴 손발이 퉁퉁 불어 맞이한
몹시도 구리구리했던 새해 첫 출근
그 순간에 수 년전 선물받은 보이차와
오피스 이사하면서 라면 박스에 쳐박아둔 거름망이 떠오르더라니.
인간의 생존 본능이란 또 뭔지

혀에서 느껴지던 곡물의 달디단 맛과
편안해진 몸의 기운이 차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며
통장이 텅장이 된 지난 1년.

회사 서랍과 선반도 모자라 방 안 구석구석을 차지한
저 이파리들 덕분에
욱 해야 마땅했던 순간들도 담담히 지나가고
노답인건 무리않고 패스하기도 하고
내 말이 날카로운 면도날로 타인을 향할 절체절명의 순간도 몇 번은 모면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하고 것은 몇 년간 달고 살던 수면제를
상당 부분 줄이게 됐단 사실.

89 유광지숙전을 처음 마시고 쏟아지던 졸음과
이어졌던 깊디 깊은 잠.
소비는 가치의 교환이다.
그 비싼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만 아름답게 끝나면
인생이 재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몸도 이완되고 피부도 좋아지고 눈도 더 맑아진다는
보이차 찾아 삼만리하며 밤새 뜷어져라 핸드폰 쳐다보느라
도리어 눈도 더 나빠지고, 얼굴은 푸석푸석에
손목은 터널로 병신이 됐고.
일상의 평정심 준다는 차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오히려 들끓어
욕망에 지배되어 열일 제쳐두고 오바육바했단 사실이다.

연휴에 구글 독스를 펼쳐서
수장 보이차 목록을 정리했는데
헐~ 이건 장사할 기세.

이렇게 교통사고처럼 들이 닥친
보이차와의 뜨거웠던 1년.

연애 초기의 열병의 시기는 여기까지인 걸로 하고
이제 이 아이들의 진가를 발견하고
하나하나 깊게 음미하며 친해질 시기가 된 듯 하다.
되야만 한다. (제발)

그 시즌2의 시작을 연
올해의 첫 차는

* 80년대 역무노산차
* 2001 추병량 108
* 2018 대평 대평호(시쿠이)

폭주도 장점이 있구나.
고작 1년의 짧은 달리기였지만
나의 컬렉션에 셀프 감탄한다ㅋㅋㅋ

이 아이들을 차호에 우리고,
근본없이 숙우에도 우리고
주전자에다 펄펄 끓이기도 하면서
기원했다.

얘들아, 올 한해도 잘 부탁해.
나로 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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