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많은 데 시간이 없다.
할 일 없는 사람이 어딨냐. 꼭 능력없는 사람들이 이런 말 하는 거라고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능력있는데 할 일이 많고 그 일을 다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는 사실을 굳이 말로 하지 않을 뿐이지. 어쩌면 그 능력자들의 능력이란 말해봤자 쓸데 없는 말을 하지 않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다들 사정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해야 할 일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은 케이스다. 그리고 인정은 아직도 안되지만, 한 번 파면 너무 심하게 판다는 주변의 평가도 평생 ㅠ 있다. 솔직히 나는 깊이보다는 양을 중요시 한다. 질도 깊이도 양의 결과라는 무식한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뭐든 일단 하는 건 좀 많이 해야 하긴 한다. 잘 하든, 슬프게도 그래봤자 못하든…
어쨌든 그래서 너무 많은 일들에 어쩔 수 없이 선택과 타협을 하고 있다.
오늘은 요니(Jony)와의 한 곡을 포기했다.
워크샵을 들으면서 잡아봤는데, 살아서 펄떡거리며 온 몸으로 전달되는 뮤지컬리티. 거기에 표정으로 전달되는 진심 아니 충심. 와. 진짜 챠베스 이후 딱 내 스타일, 챠베스는 넘나 세비야(센바의 헐리웃) 연예인이라 어려웠는데, 아직 대우주스타급이 아닌 요니/노에에게는 아직 신내림 얼마 안된 무녀의 생생함과 친근함이 있었다.
그런 요니가 오거나이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곡 비율까지 바꾸어가며 반드시 모두에게 한 곡씩을 다 춰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단다. 이런 예쁜 것들~
그러니까 기다리면 그냥 그 남자를 잡고 완곡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몇 번이나 시계를 보고, 안 떨어지는 발걸음에 신발을 질질 끌며 빠를 나왔다. 사는 거 뭐 있나. 그냥 추고 가지라고 백 번은 아니고 열 번은 생각했지만.
낮에는 하루 종일 Facebook 개발자 컨퍼런스. id8을 들었다. 쿤스트할레는 거지같았지만, 페이스북의 플랫폼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전략과 실행 모두…
집에 오는 길. 그토록 아쉬웠던 요니는 금방 사라지고 다시 머리 속이 온갖 난수표들로 복잡해졌다. 적을 수 없는 생각과 감정들. 치열했던 날들의 기억, 미완의 시도들이 아프게 딩동거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남는 건 어떻게 해야 했었을까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이다.
할 일이 많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제법 멋져 보일 거 같은 일들도 꽤 있다.
그런데 못할 것 같은 일,
참아야 되는 일만 점점 더 많아지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그러다 혹시 요니랑 한 곡을 추고 왔다면 지금쯤 편안히 잠들어 있지 않았을까. 왜 이런 생각이 새벽 5시 7분에 드는 걸까. 요니를 두고 온 것 조차 허무해지게. 시간은 늘 너무 빨리 닳아 없어진다.
내일도 할 일이 많은데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