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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위의 체 : 모토사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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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가 바라보던 거기에 닿았을까.

내 책상 위의 체는 오늘도 저 먼 곳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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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익숙한 기타소리에 혹시나 혹시나 했는데 마지막 곡에서 완전히 확신, 그래도 엔드 크레딧에서 그 이름을 봐버렸을 때 증폭되던 반가움이란. 아하하 영감님~~~ 당신인 줄 알았어요~!! 아무와도 공유할 수 없기에 더욱 커지는 종류의 감정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Gustavo Santaolalla)
순진무구한 유진이를 불법 다운로더들의 천국, 냅스터 매니아로 만들어버린 장본인.

AOL 스트리밍 라디오 Ground Zero라는 DJ 채널에서 처음 만났던 영감님의 음악은 당시 개봉도 되지 않았던 멕시코 영화 Amores Perros(늘 번역하기에 반가워 마지않는 Love’s a Bitch)의 OST였구, 그의 연주는 마치 키스 자렛 피아노 연주처럼 한 귀에 홀라당 빠져버리게 만들어주었다. 냅스터 뒤지기를 구글이 웹페이지 인덱싱하듯이(ㅋㅋㅋ)하여, 관련 음악 다 찾아내고, 그 와중에 이와수라는 곡이 럿셀 크로나온 Insider에 삽입된 것도 알게 되고….

Iguazu – Insider O.S.T

힘들어도 그 할배의 연주를 들으면 좋았다. 지금 내가 아둥바둥하고 있는 이 눈에 빤히 보이는 세계 너머에 위대한 우주의 심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소리로 실증해 주는 것 같아서.

유리창에 묻은 지문처럼 음악에서 묻어나는 그 익숙한 느낌을 모토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재회. 두려움 없는 두 아해들이 섭렵하는 남미의 거대한 풍광과 함께…

참 근데 그 두 녀석, 뻐꾸기 한 번 대차게 날리더라. 신명나게..쉼없이. 영화에서는 그게 제일 좋았다. 오랫동안 꿈으로 남아있는 남미의 풍광과 새로운 만남들 속에서 잽싸게 날라다니는 물찬 뻐꾸기들…

체 게바라의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애즈녁에 팝아이콘화 되어버렸다는 체 게바라에 대해서 조차도 잘 모르니..머) 다만 그렇게 의미없는, 그저 엉뚱하고 기상천외하고 사는 데 아무 도움 안되는 뻐꾸기를 날리다가 진짜로 사람이 좋아지게도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진심이란 그렇게 무게를 털어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같이 농담 따먹고, 같이 웃고…자꾸 그렇게 되면 무언가를 속이기는 힘들어지니까. 또 그 진심이 자연스레 깊어진 사유의 저 편에까지 다다르게 해 주는 것은 아닌지.

혁명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강 저 건너편으로 헤엄치지도 못했지만, 나를 믿는 사람의 진심어린 미소와 응원 앞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결론에 맞닥뜨렸다는 느낌을 경험해 봤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똑바로 내리쬐는 햇빛처럼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어떤 페시미즘이나 두려움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체 역시 그랬을 것 같다. 다른 길이란 없었겠지…그래서 오히려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어리버리, 졸지에, 체와 나를 동급으로~! ㅎㅎㅎ)

모든 것이 그렇기만 하다면, 몸이 힘들다해도 마음이 다친다 해도…나아갈 수 있을 거다. 가끔씩 삶에 내리는 이 ‘당연’의 축복…잠시 고민많은 내 삶을 접고, 그 아련한 느낌을 마음에 그려보았다. 희미하지만…행복했다.

아음..이로서 멋지구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군의 영화를 4편째 봄. 한 번도 ‘그’라는 이유로 영화를 선택한 적은 없었는데, 자꾸만 부딪힌다. 아모레스 페로스, 이투마마, 나쁜 교육, 모토사이클 다이어리..

  • 아모레스 페로스에 이어 산타올라야 할배와 베르날군이 다시 만났고. 이런 남자와 이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멕시코는 어떤 곳일까. 선인장…챙 넓은 모자, 뚱땡이 기타와 사막…나쵸와 질 좋은 코크. 체도 어렸을 적엔 이렇게 막연한 이미지들로 그 땅들을 그렸겠지? 난 언제쯤…

    Tema Amreso Perros (아모레스 페로스 주제곡)

  • 마지막 남미인들을 담은 흑백 영상들엔 정지된 사진과 다른 미묘한 떨림이 있다. 실재하는 삶이란 걸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럼에도 체의 여행에 비해 남미인들의 삶은 지나치게 상징적으로 ‘처리’되어버린 듯한 느낌. 하기야 내가 영화에서 바란 것도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 치치나…돌아오겠노라는, 기다리겠노라는 이룰 수 없는 젊은 날의 약속. 이별의 탱고 선율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젊음의 혼란한 스탭처럼 연인을 휘감는다.
  • 친구 알베르또 역할 맡은 배우도 참 잘하더라. 인상이 왜 이리 낯이 익던지…
  • 마지막 장면은…감동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순수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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