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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블룸앤구떼

< 블룸앤구떼>가 문을 닫는다. < 블룸앤구떼>는 가로수길이 허허벌판이었을 때 제일 처음 오픈해, 오늘날 가로수길의 컨셉트를 제시한 명실공히 가로수길의 랜드마크다. 그게 벌써 7년 전…내 입사 시기보다 한 6개월 늦다. 오가는 사람도 적어서 겨울에 눈이 펑펑 내릴때면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가로수길 풍경이 얼마나 고즈넉했던지. 지금은 하도 인간들이 와글거려 그런 정취도 모두 사라졌지만.

마지막 날까지도 < 블룸앤구떼>는 아름다웠다. 두 미모의 여사장님께서 나같은 게으른 인간으로는 상상초월하는 지극한 감각과 정성으로 가꿔온 공간. 365일 테이블에는 시들지 않은 생화가 놓여져 있었다. 디지털하게 이루어지는 업데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오프라인의 물리적 업데이트가 지난 7년간 쉼없이 싱싱한 숨결을 불어넣은 거다. 생화뿐만이 아니다. 눈길 닿는 곳곳의 섬세한 손기들. 그걸 유지하기 위해, 얼핏 보면 우아가 충만하신 두 사장님께서 얼마나 아둥바둥 물밑에서 오리발을 저었는지 알고 있다. 다는 모르겠지만. 언니들을 보면서 늘 감탄했었다. 반복되는 새벽 꽃 시장 품팔이…장보기…일부분은 시스템화 됐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온 공간이 사라진다. 그 과정이 어찌나 오늘 날의 ‘한국살이’를 반영하는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이 만들어진다.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낼름거리다 쏙 빼먹는다. 그 과정에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온다. 작은 가게주인들은 혀깨물고 퇴장한다. 어쩐지 익숙한 시나리오.

파리의 무슨무슨 카페처럼 몇 백년 이어지는 유서깊은 카페같은 건 한국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돈질 말고 문화라고 자부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좀 오래 있어주면 안되나. 홍대도 가로수길도 숨 조금 쉴만하면 바로바로 부스러기 냄새맡은 바퀴벌레처럼 자본이 들이닥쳐 개판쳐 놓는다. 돈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대단한 돈으로 하는 일이 고작 불도저로 개성을 밀어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모 의류 브랜드, 모모 프랜차이즈 커피숍 같은 걸로 도배해 놓는 거라니.

다행히 < 블룸앤구떼> 내년 3월에 그 부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사업자, 소상공, 작은 기업, 벤처들이 낄 틈이 점점 작아진다. 메뚜기처럼 이리 저리 튀면서 빈 자리를 찾아내거나, 몰래몰래 낮은 포복으로 숨어 장사하던가, 운과 빽을 총동원해 라인이라도 타거나, 무리해서라도 부동산이든 기술이든 재료든 뭐든 디펜던시 낮추거나…모르겠다. 다들 어떻게 살아남는지 신기하고 대단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이제 가로수길 메인스트리트는 감흥제로. 변화가 진화가 아닌 순간을 이렇게 또 한 번 목격한다.

One comment on “안녕, 블룸앤구떼”

  1. 정유진님 안녕하세요. 우연히 읽게된 유진님 글 보고나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http://blogessay.egloos.com/942576/) 즐겁게 열심히 수년간 블로그를 꾸며가던 중, 요근래 정신적으로 점점 지쳐간다는 느낌이 들어 힘들던 참이었거든요.

    “너무 많이 스스로에게 캐묻기 보다는, 날을 세우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를 재려하기 보다는 소중한 것을 일구어 가는 자의 뿌듯함으로, 그 힘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만을 스스로에게 바라면서 말이죠.”
    이 구절 마음속에 꾹꾹 새겨두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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