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타야 리사/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마음에 들었다. 13페이지 이 문장에서부터….
같은 책상을 쓰고 있어도 저쪽 언덕과 이쪽 언덕은 이렇게나 다르다. 하지만 웃음소리 가득한 저쪽 언덕 역시 나름대로 숨이 막힌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너희들도 두고봐~ 라는 식의 피해의식도 비춰지지 않고, 나만 너무 특별하고 나만 너무 힘들다는 자기 연민도 드러나지 않는다. 자기 식을 고수하면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 편을 딱히 비난하지도 않는 담담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커오면서 무수히 고였으면서도 마음의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밷지 않았던 바로 그 마음.
그걸 열 아홉살짜리 일본 여자애의 소설에서 두 줄의 짧은 문장의 만나고 싱긋 웃게됐다. 냉탕에 뜨거운 물을 틀듯, 반가움이 마음 속에 확 풀어지는 걸 느끼면서….
‘나머지 인간’이 되기도 싫지만 ‘그룹’에 끼는 건 더욱 싫은 하츠는 막 고등학교에 올라와 2개월만에 단짝을 그룹을 이룬 잡초 다발들에게 뺏겨버린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따’를 당하고 있는 니나가와를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 등을 하고선 비어버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니나가와의 마음 속에 오직 모델 겸 가수인 올리짱 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기묘한 감정을 끌림을 느끼며 다가서는 하츠.
그 뿐이다. 잡초다발 속에 끼어들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다. 자기의 세계를 지키고, 그러면서 배워간다. 저 쪽 세계를 어떻게 비틀리지 않은 마음으로 정의해야 하는 가를. 거기에는 아픔이 스며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기색은 없다. 갓 고등학교에 올라온 하츠의 고립은 그렇게 과장하거나 호들갑 떨지 않고 또래 집단과 떨어져 풋풋하게 자기의 빛을 만들어간다.
소외되었다고 해서,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잘 어울리고 더 많이, 더 단단하게 뭉치려고 하는 저들의 세계가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구. 나를 흐뭇하게 한 이런 페어한 자세.
하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자꾸만 나만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세계만을. 결국엔 안 보고 안 들어야만 지탱할 수 있다. 균형이 깨진다. 그 깨진 틈새로 한줄기 빛이 스며온다. 그게 니나가와에게는 올리짱이고, 하츠에게는 니나가와. 그리고 빛을 향해 꿈틀대며 기어가는 당연한 생존의 본능. 소설 속에서 하츠는 아무리 기어가도 가까와 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걷어찬다.
손을 내미는 대신 등짝을 걷어찬다. 그게 아마 뒤돌린 등을 바라보는 더 솔직한 심경의 표현이 아닐까? 나 역시 누군가를 발로 차 주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 몰입하고 있는 그 세계의 단단한 껍질이 깨질만큼 세게. 등짝으로 전해지는 분명한 육체의 진동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느끼게 하고 싶다…나를 보게 하고 싶다. 그렇게 너의 심연을 열어보고 싶다.
나에게 등돌린 친구, 나에게 등돌린 가족, 나에게 등돌린 기회, 나에게 등돌린 너.
결국은 등짝을 찬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해서, 나에게 없는 것으로 인해 내 삶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 내가 나에게 없는 것을 감당하는 방식, 내가 그것들과의 거리를 받아들이는 방식만이 숙제로 남는다. 어쩌면………..지금 누군가는 내 등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생은 모든 걸 주지 않기에 ‘결핍’은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정의해야 할 인생 항목이다. 결핍의 유일한 축복은 결핍을 느끼는 감각의 결핍뿐. 난 아직도 정의하지 못했다. 뛰어넘지는 더더욱 못했다. 그래서 늘 욕망에 후달린다.
아쿠타카와를 수상했다는 후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실망스런 범작일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무언가를 캐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음 손에 잡은 바나나가 통 읽히지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그 애 문장 그리고 이야기에는 나를 중독시키는 특별한 냄새가 스며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기백’. 약하지만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빚어낸 건조하고 담담한 힘. 그리고 순정만화적 감수성으로 미혹시키는 말장난 대신 본질을 꿰뚫는 정확하고 경제적인 문장.
그녀가 내 나이가 되면, 어떤 소설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난 늘 십 몇 년 쯤은 그 애를 앞서가겠지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된 거 아냐?
책 커버에는 다자이 오사무에 비견되는 감각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는데, 아마도 본토의 평이겠지만 내가 보는 와타야 리사는 자의식과 탐미에 썩어들어가는 다자이 오사무의 병적이고 퇴폐적인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고 느껴진다. 그는 아주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나쁜 것은 당신이다(여생도 中)’라고.
어제 서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손에 든 책이었는데..
(베스트 셀러 라고 해서요~)
처음에 작가 소개만 보고 덮었습니다. -_-;
시간나면 읽어보고 싶은 =)
그런데 작가는 어린나이인데 경험이 꽤 풍부한것처럼;;;;
흠………;;;; (애늙은인가.. 중얼~)
우~ 저두 읽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