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3일차, 담소(?) 나누던 월마트 총각이 문득 그런다.
“You speak good english!” “Ah..Thank you!”
영어가 유창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 거다. 어라, 난 웃고 있었다. 코메디에 반응하는 터져나오는 폭소 말고, 분위기 맞추려 억지로 쳐진 입가 들어올리는 그런 거 말고. 그냥, 애써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아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긴장했던 눈가의 근육이 풀려 편안해진 맑은 눈으로 무장 해제되었을 때만이 비로소 번지는 표정. 아주 오랫만에 내가 좋아하는 내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기분좋게 떠들고 있었다. 아마도 굿이었다면 그거였겠지. 이게 대체 얼마만이었더라…진창에 빠진 듯…한 발 한 발. 찾아도 시원치 않을 길을 오히려 잃기 위해서 애써야 했던 시간들. 목표를 눈에 그리면서도, 반대 방향으로 진격해가야 하는 괴로움.
유래없는 태풍이 몰아닥친 호놀룰루, 난 34층 내 방 베란다에 나와 탄탈루스 언덕을 바라보며 몬다비를 마셨다. 샤워를 마친 맨 몸으로 난간에 기대어.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물기어린 몸 여기저기에 맑은 빗방울이 톡톡 …2년 전 이맘 때가 생각났다. 북해도에 있었고, 하코다테 유노가와 프린스. 방에 붙은 자그만 로텐브로에 앉아, 몸을 반쯤 온천수에 담그고 한 밤에 내리는 눈을 맞고 있었다. 어두운 저 먼 곳에서부터 반짝이는 하얀 결정체들이 내려와 내 몸에 닿아 작은 물방울로 변하던 순간, 잠깐의 차가움과 이어지는 따뜻함. 눈 한 송이가 내게 와 닿을 때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상상했다. 그 종착지가 내가 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순수한 마음이었고, 행복했었다. 가슴 졸이게 그리운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2년, 이번엔 그만큼 멀리서 온 하와이의 비가 나에게 속삭인다. 이제 그만 내려놓으면 어떻겠니? 내 마음이 답한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내려놓을 수가 있겠니? 이건 내 짐인데… 버리려 한다 해서 버려지는 것도 아닌 것들. 애초에 얻으려 해서 얻은 것도 아니었듯이 말야. 언덕 경사를 따라 높이 이어진 집들의 불빛이 검은 하늘의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내가 좋아하는, 아름답고 조용한 풍경이었다. 돌아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과 같은 높이로 펼쳐진 작은 은하 앞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 속에서 난 그렇게 하염없이 하와이의 ‘치유적 비’를 맞고 있었다.
여행이란 무엇을 하는 것의 연속이다. 하지만, 뭔가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여행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럴 때 자기로 돌아오는 길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코스같다. 지도에는 없는 길이지만, 어떻게든 가 보면 결과적 감동이 크다. 하와이에 가서 하와이 보다 나를 더 봤고….하루하루 지날 수록 영어 발음이 대폭 향상되서, 깜놀했다! 영어 놓은지 백만 년이구만, 이 발음…이 유창한 거. 대체 어디 숨어 있었던 거니? ㅋㅋㅋ (그래봤자 콩글)

그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다들 널부러져 있는 게 참 므흣~ 하다.
따뜻한 해변인데도 동남아와는 달리 습기가 전혀 없어, 꿉꿉하지 않고 참 쾌적했다.
비가 와도 상쾌, 바람 불어도 상쾌, 더워도 상쾌.
하와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출장 5일 전에 충동적으로 스탑오버 결정했는데
하와이의 킬러 컨텐츠는 다름아닌 ‘날씨’였다.

그냥,,, 너무 좋은 거다. ㅠ

이런 애들이 막~ 벗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와이키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벅차서, 수영복에 물 한 번 안 적시고 바라만 보았소.
정줄은 달나라로 눈에선 별 하트 뿅뿅… ㅋㅋ

와이키키 동쪽에 위치한 하와이 카이 – 호수 주변에 고급 빌라들과 요트 선박장이 보인다.
부자들 많다는 오하우에서도 손꼽는 부촌인데, 여기 사시는 분들은 날 좋으면 집 앞에서 바로 요트 끌고 나가 와이키키 한 바퀴씩 마실 돌고 오신다 한다. 참, 그럴 듯한 삶이다.

저 멀리 코코 헤드 배경으로 한 컷
왼쪽에 코코 헤드 올라가는 가느다란 길이 보이는가? 완전 가파른 죽음의 코스란다. 담 번에 도전해 보리~

한 여름의 귀여운 크리스마스~

A View from my room …왼쪽은 알라와이 GC고 오른쪽 네모난 나무 울타리 쳐진 곳은 알라와이 드라이빙 레인지.
저 멀리 탄탈루스 언덕

야경. 드라이빙 레이지의 불이 밤늦도록 환하게 켜져 있다.
연습장을 12시까지 여는데, 베란다에 앉아 와인 한 잔 하고 있으면, 조용한 가운에 딱~딱~ 공맞는 기분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호텔서 10분거리, 나도 암 때나 백 메고 나가서 한 박스씩 치고 왔다. 연습장에선 왜 이리 잘 쳐지는지. 천국이 아닌가 싶다.

알라와이 GC 앞을 흐르는 알라와이 강.
하와이에는 유난히 조깅족들이 많다. 공기가 워낙 좋으니 차도, 해변, 강변 아무데나 막 달린다.
그 중에서도 알라와이 강변은 조깅, 산책 족에게 최고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난 와이키키보다 알라와이 강이 더 좋았다니까~

커피 한 잔의 여유

알라와이 강변을 걷다 보면, 모든 게 편안~하게 제 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알라와이GC 드라이빙 레인지
큰 박스는 6불, 작은 박스는 4불. 시간 제한도 없이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며 공을 칠 수 있다.
아쉬운 건 잔디가 아니라 매트라는 거. 호놀룰루 중심지가 아닌 외곽의 골프장들은 천연잔디 드라이빙 레인지가 꽤 많댄다.
게다가 숏게임, 퍼팅 연습장은 완전 무료 개방이고. 진짜 천국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여기는 완전 중심가 한 가운데 인지라 이 정도의 편의 시설만 해도 고마운거다.

하와이에서 란딩했던 와이켈레 CC. 후기는 담에~ 와이켈레 아웃렛이 바로 앞이라 조카 옷 좀 질러줬다.

너무 준비없이 간 여행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여행 방식.
그냥 버스 잡아타고 아무 데나 가 보기. 마음에 드는 데서 내려서 그냥 돌아다니기.
의외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 하와이는 아무 데나 다 좋거든.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그냥 사람 사는 데들도 참 좋았다. 자연과 어우러진 색감과 동남아와는 다른 단정함.
어딘지도 잘 몰랐지만, 난 관광객위해 만들어진 데보다 그런 데 막 돌아댕기는 게 더 좋았다.
이번에도 와이키키에서 사람들 많이 타는 34번 버스타고 무작정 간다…
한 20~30분 가다보니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져 후다닥 버스를 내리는데….바로 여기가 Ka’Iwi.

마침 같은 버스를 탄 배낭족 아가씨들도 내린다. 앗싸~ 니들 어디가? 등대 가~ 나도 같이 가! 즉석 조인 완료.
나중에 찾아보니, 그 등대가 경치 좋기로 유명한 마카푸 등대였다. 우연이 만들어 준 감동의 스팟이다.
근데 정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모자가 벗겨져 도로 위로 떼굴떼굴 굴러 날아가고….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쎈 바람. 우산 켜면 메리 포핀즈 처럼 날라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저 멀리 해변 보고 한 컷…저 쪽으로 더 가면 서쪽 해변을 돌 수 있다.

산호빛 바다…와 파도.

씩씩한 발걸음의 아가씨들. 스페인에서온 루시아와 독일에서 온 한나.
루시아? 그거 영화이름이잖아. 그랬더니 ‘루시아 이 섹소’하면서 딱 알아맞춘다.
하기야 지네 나라 영화니까. 재밌게 봤던 영화라고 했더니, 놀랜다. 태국 애들이 김기덕 감독 좋아한다고 하면 그런 느낌일까.
둘이 친구는 아니고 여기서 만났는데 루시아는 5개월, 한나는 10개월 째 배낭여행 중…으아…(좋겠다!)

마카푸 가는 길 ~ 내 눈앞에 펼쳐졌던 놀라운 풍광을 사진으로는 담을 수가 없구랴.

내 기억의 ‘play’ 버튼 정도로 남겨둔다.

조거이 바로 마카푸.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 비바람이 몰아쳐 …아무 준비도 없이 갔던 나는
비상 우산 하나 받쳐들고 고군분투 해야 했다.
우산살 금방 다 뿌러지고… <127시간>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만…

우여곡절 사투끝에 마카푸 포인트 도착! 눈 앞에 펼쳐졌던 태평양이 렌즈 화각에는 다 담기지 않는구랴.

초점은 어디로..T_T 그래도 제일 기억나는 시간이다. 비바람 부는 날 마카푸 포인트 강추! ㅋㅋ

딴 덴 몰라도 탄탈루스 언덕에는 가보고 싶었다. 대체 저 높은 곳에 누가, 어떤 집들을 짓고 사는 지 보고 싶었다.

여기도 또한 감동이었다. 우거진 원시의 자연 속에 빼곰히 숨어있는 집들.
차로 가서 찬찬히 돌아보며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탄탄루스 언덕에서 바라본 와이키키~ 내가 호텔에서 늘 바라보면 곳에 올라 거꾸로 바라본 풍경.
보고 싶었다 ^^

앗싸~

거침없는 해변 도로질주~ 기분 완전 내다가 미국 경찰한테 잡혀가지고.
게다가 마침 그 차가 번호판이 나오기 전의 차라, 한참을 붙잡혀 있어야 했다.
그 말로만 보던 미국 경찰. 썬글라스 끼고, 차에서 나오지 말라며 공포 분위기 조성. 덕분에 미국 경찰 체험도 했다.
역시나, 별로였다고나 해야 할까.
하와이에서 가장 좋았던 건 공기와 물이다. 공기가 얼마나 맛있을 수 있는지, 물이 얼마나 맛있을 수 있는지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정말 물에 ‘맛’이 있었다. 그 공기에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어떤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혹은 기분나쁘게 만드는 어떤 성분이 배제되어 있거나. 그래서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그 어떤 것보다 물과 공기가 좋았다.
하와이는 자연에 기대어 사는 곳이다. 그래서 다이내믹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엔 좋을지 모르지만, ‘하와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국적 느낌에 혹할지 모르지만, 부푼 꿈을 가지고 뭔가 해 보고 싶은 젊은 피에게 이 곳은 답답하기 그지 없는 단조로운 동네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들수록 자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중년 이후의 삶에 하와이는 거의 정답같았다. 단, 그 정답에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장벽이 있다.
그렇담 난 어느 쪽일까? 딱 그 중간에서 난, 하와이에 다시 오고 싶다. 아무 것도 몰라 이번에 오로지 골프칠 궁리만 했는데, 담번엔 골프백 두고 와서 여기 구석구석 ridge들 따라 트레킹 하고 싶다. 얼핏 아바타를 떠올리게 했던, 원시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엔진 보강해 탄탈루스를 잔차로 돌아보고 싶다. 마카푸 갔을 때 느꼈던 이국적인 대자연의 감동을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 그때까지, 하와이…안녕!
저 잘 다녀왔어요! 하와이! 무지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