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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써머

스크린샷 2013-08-24 오전 12.26.21

“출근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공식적인 여름의 마지막 날이니까…”

사 놓고도 몇 년간 입지 못했던, 연식과 TPO에 심히 부적합한 불량 반바지에 허벅지를 우겨넣고선 거울 앞에서 중얼거린다. 여름에 작별을 고하는 2013 마지막 공식 여름 착장이다. 안녕, 여름.

인생의 또 한 계절이 지나가는데, 이깟 반바지쯤이 뭐 대수란 말인가. 올 여름의 광폭한 전횡을 돌이켜 보면, 이 정도의 어필은 오히려 미약한 것이다 등등. 금요일이고, 회의도 외부 미팅도 없다는 이유따위 대봤자 합리화는 커녕 여전히 멋적기만해 끌어다 붙인 생뚱맞은 이유지만,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듯한 차림으로 하루를 마친 후, 선선한 바람 속에 석양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여름의 노래가 뚝하고 끊겨버린 듯한 기분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서랍 속에 내내 잠들어 있던 불량 반바지는,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변곡점이 감지된 순간 쿨하게 작별 인사를 선빵 날리는 시크함? 야박함??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정리하지 못한 옷장은 아직 여름으로 가득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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