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병 (Tropical Malady, 2004)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출연 :반롭 롬노이, 사크다 카에부아디, Udom Promma
이야기는 남양군도의 외딴 섬에 고립돼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서양 여자의 입체 누드사진을 들여다보는 한 젊은 병사의 심리에 대한 추측에서 시작됐다. 그 입체 누드사진은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환상을 그에게 보여줬을 거라면서, 나는 고립된 사람들에게 현실이 한순간 뒤흔들리면서 그보다 더 생생한 환상이 나타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제아무리 견고하다 해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감각이 바뀌면서 현실이 무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기 마련인데, 이를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다. 모든 성인(聖人)들은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해 그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현실이 오직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하지만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을 경험한 그 다음 순간, 모든 성인들은 감각적 현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지 깨닫게 된다. 현실이 감각적으로만 성립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모든 게 덧없을 뿐이라는 허무주의에 빠져야 할 텐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더욱더 그 감각적인 생생함을 즐기게 되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므로 그 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최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42p
켕이 정글에서 보낸 그 밤도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 아니었을까?
그 밤의 감각적 생생함을 저 멀리 화면 너머로나마 느낄 수 있어 강렬했던 영화 < 열대병>
삽입곡 คำในใจ (straight- kumnaijai) by fashion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