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특별함

집이 돌아왔다.

아니, 집에 돌아왔다.

삼 년 전 draft로 매달아놨던 이 글을 publish 하는 것으로 집에 돌아온 소감을 대신한다.

너굴님, xenonix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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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반을 하늘에 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과 해는 여러 비교를 당한다.

나는 전적으로 달의 편이다. 근데 이게 편을 가를 일인가 ㅋ

난 밤의 인간이고, 달과 훨씬 친하다. 일단 달은 계속 해서 바라볼 수가 있다. 눈이 부셔서 잠시만 바라도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해와는 다르다. 적당하게 부신 빛이 알흠답고 바라보기에 딱 좋은 정도의 광도다. 눈이 아프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 볼 수 있다. 달의 위치 변화와 함께 내가 달을 보는 동안 흘러간 시간의 정보도 정밀하게 느껴진다.

하늘과의 대비도 좋다. 내 눈으론 찬란한 해는 눈부신 푸른 밝은 하늘과의 경계를 짓기 힘들다. 하지만 달은 색깔부터 명확하게 대비된다. 흰 달, 검은 하늘. 흰 달 안의 검은 얼룩들.

그리고 계속 모양이 바뀌어서 매일 봐도 지겹지 않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이 늘 생각하게 한다. 내 인생의 그 어느 날과도 다르게 살았던 오늘 하루를.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달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이 지구 위의 누군가와 공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계속 바라보기 힘든 해를 보며 너와 내가 같은 해를 보고 있다고 가정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낮은 일하는 시간이잖아. 아직 한창은 일할 우리들이 낮에 하늘을 보면서 설렁설렁 시간을 떼울 가능성따윈 현실적으로 아주 낮다구. 난 그래!

하지만 달이라면? 밤이라면 말이야. 일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 술을 마시는 야외의 포장마차. 술집의 나 있는 창문….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 떠들어대는 테레비전도 심심하고 지겨워서 달을 보면서 컹컹 짖고 싶다면 말이야. 마침 그 하늘에 눈이라도 내리고 있다면 말이야. 눈이 내리는데 달도 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말이야.

그러면 달이란 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너와 내가 공유하는 유일한 것일 수도 있어. 여기 같이 있지 못하지만, 최소한 같은 달을 보고 있다. 그런 상상정도는 인간이라면 해 볼 수 있는 거야. 그 정도의 벳팅은 해 볼 수 있고, 때로는 마카오에서 일확천금을 따고 돌아올 정도의 그 낮은 가능성이 황폐한 사막을 걷는 인간에겐 유일한 희망의 확률일 수도 있는 거야.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달의 특별함이야. 그게 한 두 시간 반 정도 달을 보면서, 달만 보면서 걷다가 내린 결론이야.

집에 오니 케이블에선 < 해피 투게더>를 틀어주고 있었어. 늦은 시간이었지만 끝까지 다 볼 수 밖에 없었어. 아하 이런 이야기였군. 그래서 아휘는 보영에게서 벗어났는가. 하지만 그 정도의 거리만이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해피 투게더잖아. 열심히 봤는데 아휘가 보영을 잊었다는 암시는 없어. 혹시 그 둘은 영원히 함께 하는 건 아닐까.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매일 밤 같은 달을 보면서.

그렇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둘이 해피 투게더하는 해피엔딩일 수도.

아…그랫으면 정말 좋겠다.

14 October, 2015 @ 2:46 by youzin

moon
사진은 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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